2013년 10월 24일 목요일

편백나무 숲에서

관 뚜껑을 열어 보니
상처 많은 인생이다
푹 담가 절여온 항아리 속
내몸에서 풍기는
냄새가 지독하다
빗자루 들고 그 깊은 지하를
한 번도 청소한 적 없었으니
기생하는 것 투성이다
뜨거운 물 적셔 비누로 빨고
햇빛 따갑게 널어놓은 적 없는
이부자리의 살갗에
진드기가 득실거린다
이름 모를 벌레들이
혈을, 혀를 물고 놓지 않는다
녹슬은 삶이
참을 수 없이 가렵다
내 살을 도둑질하는
산적의 소굴이
숨구멍 아래 어디 있어서
목숨이 숨가쁘다
저들을 무엇으로 물리칠까 하다가
사월이므로 植木하기로 한다
내게서 용추골 편백나무 자란다
물렀거라 하면서
매서운 살기의 향기 퍼진다
편백나무 가지 뚝 꺾어
내몸을 아득하게 후려친다
소금으로 가득한 바다가 펼쳐지고
어느새 불 가득한 火口속이다
편백나무 숲의 내가 抗生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