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8일 월요일

두부집 -김용-

두부를 삶는 내 친구의 집은 하루 내내 어둡다
식구가 몇인지 모른다
윗목에 앉은 동생이 형 같고
자빠져 누운 형이 친구 같은 집이다
시누대밭에 콩, 무, 배추를 갈아먹던
손바닥만한 밭이 딸려 있던 그 집은
장롱보다 낮고 어두웠다
내 친구의 아버지는 마루 끝에 앉아
곰처럼 발바닥만 문지르다가 집을 나가 소식이 없다
내 친구의 어머니, 누가 담배 씨앗을 흩뿌려 놓았나
얼굴에 주근깨가 많은 내 친구의 어머니는
물에 담가 둔 콩이 불어 가라앉기를 기다리면서 사는 사람 같다
이 집 헛간에 쟁여 놓은 근심 같은 건,
부뚜막 젓가락 수만큼 자잘한 잔소리 같은 것이다
가라앉을 때쯤일 것이다
그 낮고 어둡기만 한 두부집에서는
뜨거운 장작불이 지펴지는 친구나
친구의 동생이나 친구의 형은
잘 마르고 단단한 콩대처럼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늘 집안에만 박혀 있던 아이들도 기어 나와
토담에 주르르 붙어 오줌을 누며 히히덕거리는 날,
그 집 나무 판자 문에 붙은 철 지난 선거포스터들도
간수 물을 맞는 두부처럼
처마에 떨어지는 빗물을 받으며 웃던 그 두부집,
염소 귀마개를 한 내 친구는 맷돌을 돌리며 구구단을 외우고,
친구 어머니는 옆에 서서
이 세상에서 낮고 어두운 구멍으로
한없이 불린 콩을 하루 종일 집어 넣는 것이다
두부가 나오는 것을 보다보다 못 보고
비지가 다 되어 집으로 돌아오면
두부를 눌러 놓는 돌덩이보다 더 차갑게
겨울 하늘이 얼어붙곤 하였다
그런 날은 저녁 연기가 피어오르는
낮고 따듯한 그 키작은 두부집 지붕 위로
어김없이 눈이 내리고는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