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0일 목요일

뜨개질을 하다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아니 온갖 이유를 대며
발길로 얻어 채이고
주먹에 맞아
이 산천 이 들녘 상처가 깊으니
겨울이 오기 전에
옷 한 벌 해 입혀야겠다고
내 엉킨 살을 풀어
얼레에 감고
내 갈비뼈로
묵직한 대나무 바늘을 만들어
씨줄과 날줄을 오가며
한 올 한 올 뜨개질을 한다
색색의 미소로 엮어낸 웃도리와
웃음 가득한 솜 넣은 바지에
희망의 주머니를 만들고
소망의 단추를 달고
따스한 마음으로 다림질을 한
털옷 한 벌로
아픈 세월이
그리 쉽게 감춰지겠냐마는
눈 감감하고 손 얼얼하게
몇 날 며칠 밤을 새워
한기 이겨내라고 만든 옷이라서
곱게 접어 당신깨 드리니
때때로 내 생각 나시면
자개 장롱에 걸어둔
내 몸 같은 옷 꺼내 입으시라
그러면 이 산과 저 들에
단풍 곱게 든 줄 알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