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7일 일요일

유자

따스한 겨울 햇살에
바닷가 소금 바람 맞이하면서
열매를 얻었으니
품에 가득 안고
반겨줄 사람 찾아가야 하는데
너무 멀리 가버린 그대
거친 시절을 맨몸으로 살아온
조선이라던가 대한 같아서
씨도 껍질도 어디 버릴 데가 없다
혹한의 외세가
더 이상 침범하지 못하게
갑옷으로 무장하였으니
돌처럼 단단한 생이 또
누구의 애비와 애미 같아서
칼로 살 드러낸
그 향이 심해와도 같이 깊다
어쩌면 그렇게 포탄에 두들겨 맞은
이 산하를 닮았을까
어쩌면 저렇게 세월에 얻어 맞은
내 어버이를 닮았을까
사방 멍이 들었다 저 유자
당신에게서 내가 나왔으니
나도 바깥에서 부는 폭풍우에
가지 부러지고 뿌리 반쯤 뽑혔다
나도 당신처럼
안으로 안으로 애 끓다가
그 어떤 목숨보다 향내가 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