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6일 토요일

죽은 인어를 위한 겨울 파도의 노래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겨울 바닷가에 죽어 뻗어있는
인어 한 마리,
얼어붙은 검은 머리카락
창백한 손은 힘없이 갈색 수초를 잡고 있었다
바닷 속 용궁으로 돌아가고 싶어
입 안에 맴돌던 몇 개의 말
비릿한 내음에 감겨있는 시신 주위로
갯벌레들이 모여든다
톡톡 탁탁 틱틱 턱턱
우리가 알 수 없는 축제의 춤을 벌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겨울 가을 여름 봄
열 두 개의 발, 여덟 개의 발, 네 개의 발,
초침처럼 날아다니는 빛나는 촉수와
부지런히 놀리는 작은 입과
세상 버린 시체 위에서
천연덕스럽게 피어날 새 날을 위하여
절지동물 꿈틀거리는 하얀 몸뚱이마다
끊지 못한 업이 굴러간다
겨울 퍼렇게 언 파도가 굴러간다
북해도 바람에 얼어터지는 시신
인어의 몸뚱이 위로
모래알이 낙조처럼 부서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