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5일 금요일

임종臨終

문밖에 못을 박아 걸어둔
알전구가 깜빡거리는 것을 보니
방안에 드러누운 누구의
임종이 가까워지는 것 같다
가파른 숨결 같은 저 불빛마저
먹장구름처럼 어두워지면
이불 속에 썩기 전에
아니 옷 갈아입고 잘 썩으라고
만장 펄럭이고 요령 소리 들리는
언덕을 넘어 비탈길을 내려와
지하에 하장할 일만 남은 것이다
오래된 것은 주인을 닮아간다는데
담벼락에 바짝 붙어선 감나무에서
열매가 힘없이 떨어진다
밥그릇이 비었는지
세찬 바람에 떼구루루 굴러간다
지붕 아래 능소화 꽃잎이
빗물에 휩쓸려 떠내려간다
저것도 어디 묻힐 곳이 필요한 것일까
내 곁에 파르르 떨리는 촛불 같은
목숨이 도처에 숨어있다
하루만에 일어선 풀들이 고개 숙이고
길게 뻗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발끝에 닿는 세상이
늪지처럼 쑤욱 가라앉는다
내가 들어가 누워 가만 가만 잠잘
관 하나 만들어서
매일 매일 두 손 맞잡고 기쁘게
임종을 맞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