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0일 일요일

감자꽃 같은

북녘 그 너른
개마고원에 심어놓았다는
감자, 그 꽃 같은 눈이
철 지난 오늘 피었다
하얀 감자꽃 그 향내가
목숨 만큼 진하다
눈 덮인
저 줄기 하나 뽑을 때마다
주렁 주렁 매달려 나오는 게
경전에 쓰인 글귀 같다
소망으로 드린 기도 같다
굶주린 산하를
온통 먹여살릴 수확의 기쁨에
수전증처럼 손이 떨린다
감자꽃 활짝 피었으니
흰 쌀밥 같아서
햇빛의 무기로
다 타서 재가 되어버리기 전에
뼈만 남아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있는
국경 너머 허기진 이웃에게
한 공기 가득 퍼 담아
조촐하게 식탁 차려주고 싶다
오늘 내린 눈이
저 덩굴 식물의 흰 꽃 같아서
감자 몇 포대 시장에 내다팔아
한 겨울 지낼 옷 해 입고
방 뜨듯하게 군불 땔 장작도 사고
배 고픈 세상에 가득
생명 같은 눈 나눠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