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을 이해하기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렸나 보다.
눈물 뒤에 숨겨놓은 화해처럼
삶은 때로
지극히 통속적인 곳에 진실을 감춰두고
네가 내게 보냈던 그 미소가
너의 배려였다는 사실을 나는
또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았다.
사랑한다는 것은 때로
지독한 미움을 퍼붓는 것과 같아서
사랑 뒤에 오는 아픈 망각을
너는 두려워했는지도 모른다.
기쁨을 지워버릴 오랜 환멸을 너는
그렇게 피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그
통속적인 한마디를 이해하기까지 나는
이해보다 질시를,
미소보다 냉정을,
그리고 용서보다 미움에 길들어 있었나 보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그 낡은 독백이
나에 대한 너의
마지막 배려였다는 사실을 나는
사랑이란 연극이 다 끝난 뒤에야 깨달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