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내면의 뜨락을 어슬렁거리는 것일까
꽃의 얼굴 가까이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는 것일까
겨울 바람이 싣고 오는 불꽃은
더욱 위험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태워버릴 것 같구나
저기 날름거리는 뱀의 혓바닥
꽃의 얼굴에 화상을 입힐듯이
가까이 다가와 춤추듯이 고개 내밀며
최면의 연기 가득 불어넣으면
그 누가 이겨낼 것인가
거짓된 마법의 향기와 흩어지는 순간의 형상을
쉿 저 소리를 들어봐
이미 겹겹이 엷은 꽃잎의 성
심장 저 밑바닥으로부터
바삭 바삭 타들어가는 꽃잎의 소리
버석 버석 부서지는 낙엽의 소리를
저기 성난 꿀벌들은
꽃의 얼굴 가까이 오가며
침을 박는 순간만을 노리고 있는 것을
아쉬 아쉬
숲 속 빈터 늘 고여있는 샘가
짙푸른 이끼 융단 사잇길로
눈 뜬 뱀이 출몰하지 못하도록
숲속 다 자란 물푸레나뭇가지들은
쉿쉿 소리내어 ?아내고
늙은 가시덤불들은 재를 뿌려 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