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4일 목요일

신림동에선 - 서동균

신림동에선 / 서동균

취객들의 입씨름에 밤이 물린
신림동에선

우뚝우뚝 솟은
빨간 네온사인 십자가들이
바장이는 연인들의 발바닥에
사정없이 밟히고

도둑괭이에 오감을 적출 당한
생선가시마냥
눈알만 깜박이는 신호등은
유속을 잊어버린 물새치처럼
밤거리를 배회하는 무리들을
노 려 본 다

쇠고랑으로 줄 이은
포장마차 긴 위자에
숨죽이는 얼굴들이
포개 포개 엮어지고
날 선 술병에
한 아름 담겨진 사연들

불빛에 퇴색하는 별빛이
도림천으로 추락하고
공중변소 게시판엔
구인 광고 하나
´사람을 구합니다´

돌멩이도 오연해지는
신림동에선
외길을 질주하는 지하철이
티켓 없는 기다림인가

시집 <신림동에선>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