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4일 목요일

유리문

유리문 하나가 쓰러질 듯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다
벽 속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여
문을 열어본다
유리 깨지는 소리 들리고
낮과 밤을 열고
쉽게 드나들었던 해가, 달이
우루루 쏟아져 나온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으로만 맴돌았던 마음들이
고백성사 같은
유리문을 열지 못한다
고개 숙이고 뉘우쳐야 할 시절에도
창문 하나 없이
벽만 높이 쌓았다
그늘 속이라
벽돌의 담만 쑥쑥 자라났다
유리로 문 세워놓았으니
저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저 벽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다
묵상으로
반성의 시간을 오롯이 가졌는지
가슴을 치며
비로소 내 탓임을 수긍하는 것인지
문을 열고 들어간다
내일은 분명히
오늘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문이 덜컥 열린다
내게도 문 여럿 달렸는가 보다
사방이 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