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날,
낙엽 지는 정원에서
맛을 나누고
멋을 나누는 일은
한편의 시를 쓰는 것보다 이름다운 일이다
내 좋은 사람들과 마주 앉아
삶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바스락거리며 떨어지는 낙엽을 노래하다
나뭇잎 사이 반짝이는
햇살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유리 탁자 위로 덮인
하얀 식탁보가 돋보이던 날
하늘빛조차 눈이 부시도록 푸르러
햇살은 물끄러미 온화한 미소 흩뿌리고
한 줌 삶의 여유마저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증류되어 진한 원두커피에
하얀 생크림이 녹아지듯
그렇게 내 하루가 녹아지고
그 향기에 녹아지고
서두르지 않아도 밤은 고요히 찾아들겠지
이야기 소리를 따라 찾아 왔는지
맛깔스런 냄새를 따라
찾아 왔는지 모를
이름없는 강아지 밟아 대던 낙엽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서 바스락거린다
가을 날,
낙엽 지는 정원에서
맛을 나누고
멋을 나누는 일은
한편의 시를 쓰는 것보다 이름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