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7일 목요일

콩나물국


콩나물국 / 정연복

콩나물 천 원 어치를 샀다
물가가 하늘처럼 치솟았다지만
한 줌 한 줌 더 담아 주시는
인정 많은 아저씨의 손길에
살림살이 걱정일랑
새처럼 날아갔다

정성 들여 콩나물을 다듬고
몇 차례 찬물에 헹군 다음
커다란 냄비에 쏟아붓고
꽤 긴 시간 끓였다

이젠 다 끓었을까, 하고
부엌에 나가보니
국물이 하나도 없다
냄비 반 가량 다시 물을 붓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었다
서툰 몸짓으로 파 몇 뿌리 썰고
다진 생강 두어 스푼과
참기름 몇 방울도 곁들였다

비릿한 냄새가 점점 없어지고
제법 구수한 향기가 기분 좋다
호호 불어가며 국물 맛을 보니
뭔가 부족한 듯 싶어
간장 몇 스푼 넣었다

주섬주섬 반찬들을 찾아
소꿉놀이처럼 식탁을 차리고
식구들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딩동댕 초인종 소리,
아내와 두 아이가 들어섰다
아내는 연방 감격하며
연방 고마워요, 고마워요

나도 아내도 두 아이도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아내가 송송 썰은 김치를 얹어
한 공기씩 거뜬히 비웠다

오늘 우리 집은 콩나물국 잔치
천 원 어치의 잔치
천 원 어치의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