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무렵
황혼 무렵 / 정연복
작렬하던 태양도
제 안식의 처소를 찾아 떠나고
녹음은 어둠으로 물들어 가는데
하늘 저편 구름
한 점 휴식도 없이
마냥 흘러만 가는
황혼 무렵
교회당 종소리
은은히 퍼져 나가고
바쁜 하루 일과를 마친 이들
오순도순 식구들과 모여 앉아
내일의 건강한 노동을 위해
정겨운 안식을 누리는
황혼 무렵
책을 마주 대하고 앉아
글 속에 빠져들자 해도
맑은 눈동자 빛나며
고운 미소 번지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
살그머니 내 눈앞에 어리는
황혼 무렵
그리운 얼굴일랑 잠시 잊고
흐르는 세월도 잊고
무심히 하늘 저편 바라보면
잊자던 당신 얼굴
어둠 타고 다가와
내 맘을 가득 채우는
황혼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