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일 토요일

서른 해 - 구광본 -


처음부터 그대를 알아본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그대를 사랑한 것은 아닙니다.
물 빠진 뻘밭에서 갯흙을 일으키며 헤매던 지난 여름

무언가가 기어간 흔적에 한나절 따라가다 가뭇없어 눈 들자

바다 너머 하늘에 가 닿아 있던 온몸으로 긴 흔적.

그 한 평생의 궤적

문신처럼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대여, 더 멀리 떠나가세요.

아득할수록 깊게 꽃 핍니다.

서른 해 이끌고 언 지친 몸 남루한 한낮

그대를 다시 찾아갑니다.

한눈에 알아보았다는 사람들을 믿지 않습니다.

한눈에 사랑하였다는 사람들을 믿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