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의 땅에
광명의 땅에
제법 바람이 부는구나
오늘은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을
볼 수가 있겠다
저 붉고도 푸르고도
원융무애한 수레바퀴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누구는
환웅이 태백산에 세웠다는
신시(神市)의 깃발들이
요동을 말 달렸던
광개토대왕의 호령 소리가
당을 치려고 김유신이
빼든 검(劍)이 있다고
누구는
해를 물고 동쪽으로 날아간
세발까마귀가
달을 안고 서쪽으로 뛰어오른
두꺼비가 있다고
누구는
자비와 참나의 고려 불교가
어질고 의로운 조선 유교가
사랑과 용서의 대한 기독교가
저 속에서
바람 불어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그러니까 저 펄럭이는 태극기가
용광로인 줄 모르지
세상 다 녹여버리려고
펄펄 끓어 오르는 된장국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