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세찬 절벽으로 서서
풍장風葬 후에
불타는 들녘으로 누워
화장火葬 후에
돌도 꽃도 해골만 남으리라
물도 새도 뼈대만 남으리라
삶이 끝나버린 폐허속에
발로 바다를 밟고
손으로 하늘을 짚었던
자취의 그림자만 남아있으리라
피 뽑아내고 살 던져버린
뼈를 주워
열세 개의 구멍을 뚫고
피리를 만들었으니
한 세상 그리 어여쁘게 살았던
생生을 단번에 볼 수 있으리라
입술을 가까이 대고
저 가느다란 뼈에 숨을 불어 넣으면
무슨 악樂의 소리가 들릴까
커다란 날개 펴고 날아가는
새가 보이고
애타게 천둥벼락 치면서
희고 노란 꽃 피는 소리
물 세차게 흐르다
바위에 부딪혀 비명지르는 소리
바람으로 오는 눈비에
안타까이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내속의 절벽에서 풍장하는
내속의 들녘에서 화장하는
뼈피리 소리 아련하게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