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9일 금요일

구원(救援)

사랑이 얼마나 강하고 단단하였는지
죽은 후에 커다란 돌을 마음대로 부려
공중에 떠서 날아다니게 했다는
어느 가파른 절 부석사(浮石寺)에 가면
서해 바닷가 바라보는 소나무들
모두 한쪽으로 비켜서 있고
산자락의 들꽃들 모두 부처에게
고개 숙여 엎드려 절을 하는데
왜, 그대가 누군가 한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지
왜, 이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
그 한 사람의 사랑인지를 알 수가 있다
뭇 중생을 살리기 위해 의상(義湘),
그는 선묘(善妙)를 받아주지 않았다
사랑에 닿지 못하고 깊은 바다에 몸을 던진
선묘, 한 사람은 죽어서도 그 한 사람의 곁에
용(龍) 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원했다
그 영원한 이르지 못하고 다함이 없는 사랑
그것이 바로 구원이었음을 알았던 것일까
극락전이라던가 무량수전이라던가
그 끝없는 도달할 수 없는 세계의 본향이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하다
사모하다가 죽는 것임을
아, 나는 선묘의 바닷빛 눈길에서 본다
세상의 바람 선묘처럼 흔들리며 불어온다
나뭇잎들도 따라서 흔들리며 낙하한다
언젠가 바다에 추락하던 선묘의 마음도
저렇게 어딘가 닿으려고 했던 것이었을 게다
저 깊고 깊은 바닥에 닿아
흔적없이 사라지고자 하는 것도 구원이다
부석사(浮石寺)에 가서
나도 낙화(落花)처럼 떨어지며
누군가를 사랑해야 겠다 사랑하는
한 사람에게 나도 구원받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