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 시간
선원사 지나다 보니
갓 핀 붓꽃처럼 예쁜 여스님 한 분
큰 스님한테 혼났는지
무엇에 몹시 화가 났는지
살풋 찌푸린 얼굴로
한 손 삐딱하게 옆구리에 올리고
건성으로 종을 울립니다.
세상사에 초연한 듯 눈을 내리감고
지극 정성 종을 치는 모습만큼이나
그 모습 아름다워 발걸음 멈춥니다
이 세상 아픔에서
초연하지 말기를,
가지가지 애증에 눈감지 말기를
그런 성불일랑은 하지 말기를
들고 있는 번뇌로
그 번뇌의 지극함으로
저 종소리 닿는 그 어딘가에
꽃이 피기를
지리산도 미소 하나 그리며
그 종소리에 잠기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