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4일 월요일

순간의 시

순간의 시
정영숙

시를 쓰고 싶다
태양이 쉼표를 찍고 라디오에서
시와 음악이 잔잔히 들려올 때
문 듯 시를 쓰고 싶다

시를 쓰고 싶다
아무도 오지 않고 전화 한 통화 없는
참 이상한 하루 오후에
문 듯 시를 쓰고 싶다

시를 쓰고 싶다
또 떨어질 줄 알면서 질퍽하게 깔려있는
낙엽을 묵묵히 쓸고 있는
미화원을 만날 때
문 듯 시를 쓰고 싶다

시를 쓰고 싶다
겨울 오면 입은 옷 다 버리고 마른 가지채로
서 있을 줄 알면서 겹겹이 옷을 껴입는
배부른 산을 볼 때
문 듯 시를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