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4일 월요일

겨울 포구에서

꽃 지고 잎 떨어진
내 삶에 파산 신청을 하고
수도승처럼 허허로이
겨울포구로 떠나야겠다
한 생이 남긴 폭설과 강풍에
발이 묶인 나무들
마음이 묶인 철새들
저의 섬으로 가지 못하고
여기 포구에 다 정박해 있다
나, 이제 갓 잡아
속의 것 다 버리고
줄 지어 걸어 놓은 어물처럼
욕망의 내장 다 들어내어
겨우내 흔적도 없이
풍장하여도 좋으리
썩은 내 나지 않게
투명한 얼음의 빙하로
냉장하여도 좋으리
뒤돌아본 지난 한 해 일상이
사변事變이라고 한다면
환란患亂이라고 한다면
유배지 같은
겨울포구로 갈 일이다
그곳에서 넋 놓고 지내볼 일이다
괜찮다면 며칠쯤
선착장에 퍼질러 놓은
생선처럼 몸도 놓아버릴 일이다
소금기 많고 비릿한
흙바닥에서 헐떡거리는 목숨을
생생生生하게 바라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