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4일 월요일

수상하다, 오늘

오늘 아침에
수상하다, 저 구름
먼 산 하늘에 불을 질러
일자一字 소식 없는
세世에게 상上에게
흰 연기로
원망의 편지를 쓰려 하니
그 글씨 매섭게 번져나가네
바람 한 점 없는데
활활 타오르더니
화석의 저 몸에서
비명지르는 삶만 남았다
오늘 저녁에
수상하다, 저 달빛
먼 섬 바다에 물을 부어
대문大門 굳게 닫은
세世에게 계界에게
빗 줄기로
원한의 심정을 토하려 하니
그 마음 사납게 뛰어오르네
날개 돋아나지 않았는데
훨훨 날아오르더니
진흙의 저 몸에서
발악하는 생만 남았다
수상하다, 수상하다
안개 자욱한 오늘
달도 없고 해도 없는 오늘
하늘에, 바다에
어두컴컴한 무덤을 파놓고
불로 치고 물로 때리는
오늘, 무척 수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