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4일 월요일

길 끝에 네가 있기를 바란다

길 끝에 네가 있기를 바란다

- 이병우
길 끝에 네가 있기를 바란다

후두둑 지는 꽃잎과 함께

후두둑 지는 꽃잎의 세월과 함께

가는 길 끝에서

맨발로 가는 길 끝에서

상처뿐인 맨발로 가는 이 머나먼 길 끝에서

너를 만난다면

만나서 너의 자란 속눈썹을 볼 수 있다면

만나서 너의 귓속에 나팔꽃이 만발한다면

만나서 눈물이 웃음과 다른 것이 아니었다고

펑펑 쏟아지는 눈물도 웃을 수 있다고

네가 가르쳐 준다면

그렇게 된다면

눈보라와 함께

눈보라의 회초리와 함께

가는 이 길을 버리지 못하리

마지막 한 발자국은 이 길 위에 놓이리

정직한

정직한 목숨과 함께

가는 이 길 위에 놓여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