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대와 나, 어깨 나란히
산동반도 들판을 말 달렸다
오녀산정 개천 소도 이어진
자작나무 숲 속 푸른 오솔길,
암수황조 잦은 울음소리에
젖은 두 귀를 바투 세우고,
흐르는 시냇물에 발 담그고
옥돌 속삭임 바깥 끌어내려
새벽 별빛들 더러 불러내려
주저앉은 어깨 위에 앉히곤
멀리 고구려 옛 산성 너머
자색연기 애끓는 피리소리,
지난 해 가뭄 끝에 휩쓸던
마적 이야기 들려줄 때면
흰빛, 보라빛 도라지꽃밭
조막손 물결치던 곳을 지나
전생에 큰 초례청을 치루던
고두막한 천막에 이르렀다
그 곳 대청마루에 큰 할머님,
검은 말갈기 거푸 쓸고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