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0일 일요일

겨울비

사선의 빗줄기 마다
사연을 안고 지는 벽이다
아직도 그녀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들리지않는 찬 비는
여기 저기 창을 두드리며
원치않는 얼룩으로 흘러내리는
불량끼있는 청년이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이미 본 적이 있는 비는
먼 하늘에서 치는 천둥벽력처럼
익히 잘 알고 있는 비는
강 건너 떡갈나무숲 근처
그 집 앞을 돌아가는
점잖은 신사이기도 하다
겨울비는 남자의 선택
어쩌다가 유리창 안에서 울려퍼지는
소녀의 노래소리를 들었다하더라도
다만 뜨락에서 서성거릴 수 밖에 없는
다른 곳을 쳐다보는 척 하는 겨울나무
아니면 오직 하나 얼어붙는 꿈 속에
자신을 담금질하며
하늘 기둥에 쇠못질하는
운명 보다 지독한 장인의 삶
필생에 못다 이룰 시인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