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8일 금요일

홍매화

홍매화
이성룡

그리 하실 줄 알았습니다.
함부로 발설하다가 얼어버릴 말씀들을
조금 일찍 꺼내어 무엇 하겠습니까?
설레는 마음으로야 무시로 보채는 것이겠으나
그런 당신의 뜻을 짐작하고 있었으므로
삼동 내내 섭섭해 하지 않았습니다.
이 마음 다 헤아린 당신은
혹시 이른 봄꿈이 병이 될까 나무라시고는
일렁이는 춘정春情을 꾹꾹 눌러두었다가
초야初夜의 새색시같이 붉은 꽃등을 켭니다.
나는 장한 마음으로 가만히 입술을 대면
그 어여쁜 젖을 물린 당신은
좋은 날의 계혼季婚을 허락하십니다.
지금 단내 흥건한 뜨락의 사랑을 모르고
차림새 고운 봄의 전령들이 들랑거리는데
나는 부러 당신의 말씀에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아직 바람의 잔당殘黨이
당신의 말씀들을 가벼이 훔쳐가는 중입니다만
그까짓 시위쯤이야 눈요기로 그냥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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