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0일 일요일

책 읽는 오누이 상(像)

아무런 기억이 없어질 때까지
기억의 실마리를 끌어올려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가을비에 젖은 낙엽을 밟고
교정을 한 바퀴 돌아나와야 하는 것일까

아 ,그 곳에는
아직도 오누이가 다정하게 책을 읽고 있구나
영원히 젖지않는 돌책과 나란히 기댄 두 어깨
빛나는 눈동자와 입가에 감도는 따뜻한 미소,

부서진 단풍잎과 찢어진 은행잎을 젖히고
찬바닥에서 올라오는 대지의 뿌우연 입김
방금 전에 태워날린 낙엽의 향기를
방울 방울 숨쉬듯 내뿜고 있는 것일까

우산도 없이 함께 걸어온 우리를 위하여
가장 낮은 계절이 준비해준 선물일까
아, 그 곳 본관중앙현관앞 풀밭에는
아직도 오누이가 다정하게 책을 읽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