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7일 일요일

태평무를 추다

숨 겨를 새 없이
살아온 우리네 강산이
당굿이 아니겠느냐
빼앗기고 반쪽 난 나라에서
팔 다리 흔들며
울며 불며 뛰고 달리고
진창의 지상에
저렇게 신 디딜 새 없이
가파르게 넘어가는 삶이
어찌 어깨춤이 아니겠느냐
버선발 구르며
한삼 쥔 손 뻗으며
사랑으로 허기지고 갈증나서
새보다 가벼워진 몸
허공으로 날려보내겠다고
훨훨, 나비춤을 추는 것 아니냐
진쇠가락에 맞추어
테평한 시절 한 번 보겠다고
한 많은 이 세상에
곤룡포 입고 금관 쓴 왕으로
일日과 월月을 어깨에 붙이고
큰머리에 홍치마에
당의를 입은 왕비로
감고 재치고 엎고 푸는 사위하며
오금을 죽이면서
무릎을 제치고 먹는 사위하며
어르고 당기고 겹걸음 잔걸음에
휘몰아치는 장단으로
남은 인생 확 펼치며
태평무를 추자는 것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