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9일 화요일

풀밭에 앉아서

나직하게 사는 법을 배우며 살아갑니다.
낮게 자란 풀꽃들은
바람에 쓰러지지 않습니다.
민들레 노란 씨앗 하나
가슴속에 품어 봅니다.
풀밭 위에 돋아 나는 낮은 꿈들을 지우고
바람에 실려 나아가는
꽃씨 하나,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눈 내리는 낮은 언덕을 골라서
겨울의 뿌리를 키우는 풀꽃들은 아름답습니다.
언 뿌리를 가슴에 안고
심장의 따순 피를 돌리던 작은 기억,
물기를 거두고 날아간 모든 것에
얼만큼의 무게가 있었을까
슬픔은 가벼울수록 멀리 날아가고
사랑은 무거울수록 가슴에 오래 남는 것
이루지 못한 키 낮은 꿈들 위해
꽃은 꽃끼리
대는 대끼리
풀밭에 엎드려 얼굴 비비며 살다가
낮게 낮게 떠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