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6일 월요일

새처럼 추락하다

날개 부러진 새가
가볍게 추락하고 있었다
언젠가 달의 천정天頂이나
해의 천지天池에
우뚝 올라선 적이 있었다
불타오르는 절벽이나
물 솟구치는 폭포의
절정으로 치달은 적 있었다
기우뚱 하며 무게를 견디지 못한
탑이 무너졌다
두 다리로 높이 버티고 선
사다리가 부러졌다
웃음 머금은 함박눈 내리고
눈물 아래 뭍힌 것들이
하루 아침에 얼어붙었으니
저것이 사막의 신기루 같았다
그러니까 해가 지면
달에는 빛만 있는 것이 아니고
어둠도 있다는 것을 놓쳤다
마음이 얼음장 같이
지하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달이 지면
햇빛에 물 떨어지는 줄을 몰랐다
저 위의 하늘로 날아가다가
허공에 얼어붙은 것 많았다
해가 붉게 지고
반쯤 남아 있던
달마저 추락하고 있었다
꽃은 이미 다 져버렸고
나도 땅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