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참으로 따뜻했어 아늑한 동굴 흔들림 하나에도 생명의 박동 빨아 들여야 해 삶과 죽음의 거리에는 단 한 줄의 약속만 있을 뿐 네가 내 안에서 호흡을 만들어 낼 때 부터 내안에서 진흙처럼 꿈지락 거리며 물 한 모금 구걸해 올 때 부터 해지는 오후 거리에 펼쳐진 우산이 하늘 향해 오를 때 처럼 나는 둥둥 떠 오르는 걸 느꼈어 네 숨쉬는 혈맥이 보여 움직이는 박동이 보여 우우우 하늘 천지 흔드는 박동이 보여 억광년을 돌아돌아 파도위 슬어져 누운 지친 신음이 보여 네 머리카락이 보여 물 한 모금 마시는 데도 너는 왜 그리 오래 걸렸을까 남산 만한 배를 만지며 다시 한 모금 마신 후 눈을 감고 쳐들어 오는 박동에 귀 기울이며 가위질을 잘 해야해 가차없이 꽃줄기 자르는 건 당연한 거야 가위가 뛰어놀며 시트위 새하얀 물컵을 깨뜨린다 부순다 물 쏟아진다 언제 부터였을까 컵안에 자라난 이끼에 무언가 꿈틀거려 현미경으로 하늘을 보아 뻥뚫린 구멍을 보아 눈을 감아봐 크게 점점 크게 보여 심호흡을 해 흩어진 물속에 네가 있어 소아과 의사는 눈같은 마스크을 쓴 채 문밖으로 사라졌다 깨어진 어항에서 튀어나온 금붕어 하나 콘크리트 위에서 뻐끔뻐끔 두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