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1일 수요일

새해 새벽

새해 새벽 - 에오스 찬가



새벽의 여신 에오스여

아직 동살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내 마음은 벌써 새벽을 가르고 있으니

그대가 검은 장막을 열어제치며 나를 맞아들이기 때문이라
태양의 신 아폴론도 그대가 아침을 열지 않으면

천공(天空)을 휘달릴 수 없고

사랑의 신 비너스도 그대가 창문을 밝히지 않으면

간밤의 꿈에 빠져 새 애인을 찾아낼 길 없을 터

나는 설레는 가슴으로 그대 손끝에 입맞추며

그대가 사랑하는 님 되었으니

이제 불사(不死)의 생명과 영원한 젊음을 얻었다
시간의 신은 아라크네가 씨와 날을 엮으며

뿜어내는 거미줄에서 풀려나오듯

결코 끊어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토막낸 마디마디를 이름 붙여 한 해로 삼았으니

동살 잡히면 어제와는 다른 또 한 해가 시작되리라
나는 비록 아폴론처럼 목타는 사랑(渴愛)을 찾아 헤매도록

그대를 말리는 작열하는 태양은 가지고 있지는 못하여도

그대의 작은 가슴을 덥힐 열정은 가지고 있으니

빠끔히 눈 내밀 동살에 내 열정을 보낸다
영속된 시간 속에서 구분되는

한 해에 이어 다가오는 또다른 한 해는

설령 덧개비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대가 열어제치는 검은 장막 속에서 붉은 놀은 거듭나고 있으니

나는 꺼지지 않는 시간의 불기둥을 붙들고 그대를 찬양한다
우리는 한 해를 여는 서로의 반쪽

힘을 합하면 제우스의 지혜와 힘을 뛰어넘으려니

내 기도를 들으라

고고리 물렀으니 고백하기 좋은 때 되었노라
에오스여 우리 바람(風)을 만들자

사바(裟婆)를 건너는 나룻배 되어 그대를 태우리니

돌아보지 않고 떠난다더라도 원망하지 않으리니

덧개비 끝자리 서더라도 한 점 후회 남기지 않도록 하리니

설령 우리가 하늘의 주인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대가 눈물을 흘리며 풀밭에 엎드린다더라도

더 이상 외롭지는 아니하리라
가자 에오스여

나, 그대를 부른다

아직은 한밤중

그래도 새벽의 문턱은 환희로 물결치고 있으니

우리보다 뒤에 깨어나는 이들을 위하여

우리보다 뒤에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을 위하여

길을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

길을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후기)
- 덧개비

(필요 없이) 다른 것 위에 다시 덧엎어 대는 짓
- 고고리(古語)

꼭지

『꼭지가 무르다』는 『기회가 무르익다』는 말
- 에오스(Eos)

에오스는 새벽의 여신이다. 인간인 티토노스(Tithonus)에게 반하여 납치하여 제우스(Zeus)를 설득하여 티토노스에게 불사의 생명을 얻게 했다. 그러나 젊음을 달라는 것을 잊어버려 티토노스는 불사의 생명을 얻었음에도 육체가 늙어가자 창고 속에 가두었다가 티토노스의 우는 소리에 지쳐 매미로 만들어버렸다.

그들 사이에서 낳은 멤논(Memnon)은 트로이 전쟁에서 비록 아킬레스(Achiles)에게 패해 죽었으나 트로이 영웅 가운데 한 사람이다. 멤논이 쓰러지자 에오스는 배다른 형제들인 바람의 신들에게 시신(屍身)을 파플라고니아의 아이세포스 강가로 운반하게 하고 밤에 찾아와 눈물을 흘렸는데 그 눈물이 아침이슬이 되었다. 다만 이슬의 신으로 별도로 테프네트(Tefnet)이 있기는 하다.
- 아라크네(Arachne)

아테네(Athene) 여신과 베짜기 내기를 하였다가 아테네의 질투로 거미가 된 여인


- 서로의 반쪽(Better Half)

Aristophanes에 의하면 원래 인간은 남녀 구별 없는 한 몸이었는데 Zeus가 억지로 갈라놓았기 때문에 다시 한 몸이 되고 싶어 상대의 절반을 그리워하며 나보다 낳은 반쪽이라고 불렀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