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6일 월요일

오늘

어느 날 나는
낡은 편지를 발견한다.
눈에 익은 글씨 사이로
낙엽같은 세월이 떨어져 간다.
떨어져 가는 것은 세월만이 아니다.
세월은 차라리 가지 않는 것.
모습을 남겨둔 채 사랑이 간다.
비오는 날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추억은
한잔의 커피를 냉각시킨다.
그러나 아직도 내 마음은 따스한 것을 ……
저만큼의 거리에서
그대 홀로 찬비에 젖어간다.
무엇이 외로운가.
어차피 모든 것은 떠나고
떠남속에서 찾아드는 또 하나의 낭만을
나는 버릴 수가 없다.
그렇다, 이미 떠나버린
그대의 발자국을 따라 눈물도 보내야 한다.
그리고 어느 날
내가 발견한 낡은 편지 속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듯
그대를 보게 된다.
아득한 위치에서 바라다 보이는 그대는
옛날보다 더욱 선명하다.
그 선명한 모습에서 그대는 자꾸 달라져 간다.
달라지는 것은 영원한 것.
영원한 것은 달라지는 것.
뜨겁고 차가운 시간과 시간 사이로
나는 이해할 수 없는 하나의 공식 속에서
오늘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