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7일 화요일

부칠 수 없는 편지 / 김정한

부칠 수 없는 편지 / 김정한

그리움부터 먼저 써내려 갑니다
보이지 않는
그대를 생각하며
만나지 못하는
그대를 그리워하며
어설픈 하소연을 나열합니다

그대와 함께 한 시간
기쁨과 슬픔 중에서
사랑과 이별 중에서
가슴 속에 맺힌 아픔만
하나 둘씩 골라 써 내려 갑니다

그대 때문에 내가 아팠던 일들
그대가 나 때문에 눈물 흘렸던 일들을
곱게 써내려 갑니다

˝아프게 해서 미안합니다˝ 라구요
˝당신 때문에 너무 아픕니다˝ 라구요
그렇게 써 내려 갑니다
하지만 부칠 수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당신과 나 더 이상
아프지 않기 위해서 랍니다
하지만 부치지 않아도
읽지 않아도
마음과 마음끼리
언제나 읽어 내려가는
당신과 나의
마음 속 편지를
오늘도 이렇게 써 내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