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일 일요일

실내악

쉿, 가만히 앉아서
귀 기울이고 들어봐
너른 세상의 구석진 곳에 자리한
정원 속 실내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니
라일락이 보라빛 손가락으로
부지런히 피아노 치고
미루나무 푸른 잎의 입으로
플롯 불고
향나무는 고운 향으로
첼로 연주하고
쑥 하고 일어선 맥문동은
어깨위에 바이올린 얹어놓고
활 켜는 소리를 들어봐
창밖으로 연신 사철 풍경 지나가고
안개 끼고 이슬 맺히는 소리
시냇물이 피고 지는 소리
햇볕과 그늘이 서로 몸을 포개더니
열매 익고 씨앗이 떨어지고
불현듯 흙속에서 일어나
같이 어울려 살자는 협주곡 들어봐
묶인 끈이 단칼에 풀어지고
단 한 번의 발길에 금이 지워지고
단단한 허물이 타오르면서
오동나무는 나뭇가지로 거문고를 뜯고
철쭉은 눈부신 花色으로 꽹과리 치고
대나무는 허리 펴서 꼿꼿한 기세로
대금 불어젖히니
둥둥 북 치는 동백의 소리 들어봐
저 조화로운 실내악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