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8일 토요일

내 영혼은 잠들지 않고

내 영혼은 잠들지 않고
깨어 있으니
바위도 눈을 뜨고
살아서 흐르고 있는 강물이며
저 숲 속을 빠져가는 바람은
모두 나의 호흡이다.

낮에 눈을 뜨는 것은
영혼이 아니다.
영혼은 모든 것들이 눈감을 때
비로소 눈을 뜨나니
언제나 푸른 별들과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영혼은 시간을 초월하고
거리에 구애되지 않으며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생각이 눈뜨는 곳에
영혼은 거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몸은 잠들고
영혼은 눈을 뜨고 일어나며
그리하여 어제의 물이
오늘 아침 하늘에
한 폭 채운으로 변하듯이
그렇게 달라지는 것이다.

사랑의 노래를 부르리라.
영원한 사랑의 노래를,그 노래가
하늘 저 어느 끝에서
어느 끝으로 굽이쳐가고
타오르던 화산도 잠잠히
숨을 거두며 싸늘한 심장 위에
빙하의 계절이 내려도
노래를 부르리라.

눈뜨지 않은 영혼들을 위하여
나는 바다에 닻을 내리고
저 죽은 섬들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다리고 있으련다.

성자의 무덤 앞에
권위를 찍어놓았던 네 개의 봉인은
끊어져 간 곳이 없고
바위도 굴러 자리를 옮겼다.

눈떠가는 영혼 앞엔
아무것도 걸릴 것이 없구나.
가을에 뿌려진 씨를 위하여
계절이 오느니
나비가 날고 있는 것은
영혼이 눈뜨고 일어남을
안으로 안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금 내 귀에 들려오는 이 음성은
누구의 음성일까
영혼이 잠들지 않은
어느 신비의 동굴에서
보석으로 뿌려지는
저 은하수의 굴림일까
조용한 지혜의 종소리
정다움이 이리도 길고 깊을까.

잠들지 않는 영혼을 위하여
계절은 오는 것일까.
마른 가지에서 사랑이 눈을 뜨고
쉬지 않고 호흡하는
그 영혼들은 비록 말이 없어도
영원 안에 있는 것이다.

잠들지 않은 영혼의 눈만이
하늘의 섭리와 땅의 신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황금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