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3일 화요일

첫눈 오는 날이면

지난가을
마음자락에 쓸어 담았던
빛 고운 보석도 동이 났더니
창 밖 세상에 첫눈이 내리네

꽁꽁 얼어 경직된 큰 도로
칙칙한 골목 안
추워 동동대는 가로수 가지에도
온통 은빛 실루엣의 천사들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차들은 흰곰이 되어 어슬렁거리고
사람들은 펭귄처럼 뒤뚱거리지만
와와 터지는 탄성
희디흰 웃음들이 만발이네

첫눈이 오는 날은
모두 모두
마음 철벽도 허물어지고
뒤따르는 발자국 소리에도 가슴이 뛰지 않더냐

더러, 마음 따로 몸 따로
둥둥이 질 치다가
마음자락 빠근히 유혹도 스미겠지만
새삼, 망아지가 된 들 어떠랴
이렇게 첫눈이 오는 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