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비만 내리니
내 가슴이 다 조마조마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농촌 살이 하던 옛 시절을 생각하며
삭막해져 가는 도시 속에
작은 텃밭을 일구어 애써 키우는 배추
그 배추가 지금 어른 손바닥만 하게 자랐는데
비가 너무도 많이 내리니
속을 채우기는커녕 다 자리기도 전에
빗방울에 달고 달아
어린 배추가 뭉크러져 죽을 지경입니다.
˝내 새끼들 다 죽겠네˝ 하시며
아파트 현관 앞에서
연방 담배만 태우시는 할아버지
어쩌면 좋아요.
저 연둣빛 배추가
이 무심한 장맛비에 죽으면
상심이 무척 크실 텐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