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3일 토요일

뼈회

물 같은 세상에서
한참을 부딪혀 살다보니
가시가 수없이 박혔다
저것이 이승에서의 바늘이거나
못이다
저것이 저승의 옥쇄 아니면
포승줄이다
강 어구까지
다시 돌아와 묻혀야 할 곳이라
뻘속에서도
온 몸을 흔들며 기어왔을 것이다
저것이 형벌 아니면
업일 것이다
살갗을 비집고 나오는 비명 같은
갑옷 같은 비늘을 추린다
내가 아직 지명知命에 못 미쳐
여리고 어린 살이라
단칼에
내 안에 있는 마음까지 잘라내리라
죽어서도 내가 품고 있어야 할
生 같은 것이다
저 物이 걸어온 길을 뒤쫓아 가리라
둥근 알 하나가
누워버린 목숨이 되기까지
한 권의 책처럼 쓰여진 자서전
누가 나를 소리내어 읽어다오
머리 잘라내고
살 속에 틀어박힌 뼈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