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0일 금요일

전쟁은 가라

이라크에 전쟁이 일어났는데
왜 잠이 달아나고 입맛이 쓸까요

뉴스 시간마다 포화가 터지니
피난 길 악몽이 되살아나
굶주렸던 아이의 머리채를 흔듭니다

신작로를 가득 메운 행열 속에는
병약한 아이도 걷고 있었지요

벼란간 겁에 질린 사람들 틈에
어깨에서 검붉은 피가 베어 나왔어요

우리의 비행기가 우리들을 향해 기총 사격을 가했데요

어느 갯마을 추녀 끝에서 그날 밤은
그 사람의 신음 소리로 그 밤이 고스란히 밝았습니다

다음 날은 백사장을 끝없이 걸었어요
걷다가 시체가 자꾸 나타나
뙤약볕에 달구어진 모랫벌을 택했어요

걷기가 얼마나 힘들었든지
목놓아 울며 가는 막내 옆에서
등짐보다 무거운 마음 때문에
거꾸러질듯 거꾸러지지않는 발걸음이었지요

어둠을 틈 타 산을 넘어 갔어요
지도에도 없는 그 곳 지명은 `억골`이랬어요

옹달샘에 물 길러 갔다가
난데없는 비행기와 마주쳤지요

사방에 물을 튕기면서 총알이 나를 비켜가고
굶어 죽을 뻔 한 날이 또 그렇게 지나가고
죽어도 집에가서 죽자면서
산을 다시 넘는 밤이 찾아왔어요

온 몸을 적시는 산 길을 벗어나
큰 길을 만나면 살 길 날까 하였드니
조명탄이 터지면서 대낮 같이 우리들을 밝혔어요

˝한자리에 모여앉아 머리를 맞대어라
죽어도 한자리에 죽어야지˝

어머니 말씀은 그러했지만
열살을 갓 넘긴 내 생각에는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아야 우리의 죽음을 알릴텐데`
그러면서 동생 셋을 아래에서 차례로 짚어갔어요

죽지 못해 산다고들 말을 하지만
삶은 그 자체로서 무궁한 가치를 지녔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