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의 수락산 살갗이
축축하게 젖었다
발길 닿아 한참 나누었던 애무로
이마에 이슬이 송송 맺혔다
배꼽 아래로
세상의 녹은 물이 뚝뚝 떨어진다
내가 누구를
한 철 저렇게 수락한 적 있었나
아무 바람도 없이
내려가는 산길이 적요하다
저 바깥의 숲으로
신을 멀리 던져버리고
얼음을 깨뜨려 탁족을 한다
나무에서 떨어진 잎들이
물속에서 여태 푸르다
계곡의 바위에 앉아
나를 수락하여 주어 고맙다고
이월의 햇살에
꾸벅 인사를 드린다
겨울 눈덮인 산을 엉금엉금 기어
절정까지 올라간 시절이
바로 엊그제 였는데
맨발의 봄으로
물속에 서 있으려니
다리 아래, 상처만 남은 추억으로
머릿속이 아리다
나도 누구를 수락하겠다고
내 몸안에 봄을 들인다
이제 날 저무는 하산길이라
누구하고 사랑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