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3일 토요일

겨울 환상곡

기어이 수성에서
흘러나온 빛인가
그리움은 제멋대로의 본성으로
여기 저기 싹을 틔운다
한 줌의 햇살만 더 있다면
선인장 꽃이라도 피울 기세이다
오, 꿈 중의 꿈
천막중의 천막이
새벽 꿈결처럼 부풀어나며
신성하고도 고귀한 영역에
한나절이나마 말뚝을 박으려고 한다
아무도 모르게 피어났다가
아무도 모르게 지는 꽃의 숙명을
시간은 알고 있다
물을 밟으며가는 그림자의 속성을
시간은 알고 있다

기어이 수성에서
터져나오는 빛인가
기다림은 스스로 지쳐버린 까닭에
뚫고 나가는 힘이 되었다
한 줌 눈송이만 더 있다면
용담초 꽃이라도 피울 기세이다
오, 환상 중의 환상
왕국 중의 왕국
청년의 식욕처럼 자라나서
고대 문화 유적지를 파헤쳐서
왕의 눈동자 유물을 캐내려고 한다
아무도 모르는 자세로 피어났다가
아무도 모르게 지는 꽃의 숨결을
이 땅은 알고 있다
하늘을 스치며 지나가는 춤의 분깃을
이 땅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