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0일 수요일

이상한 세상이다

그가 사는 세상은

꽃이 잠자리를 잡아먹고
트름을 한다

사슴을 사냥하는 나무들이
뛰어 다니며

차가운 태양이 뜨고
달은 불을 뿜는다

바람이 멱살을 잡고
빗줄기로 후려치며
벼락으로 가슴을 찌를 때
천둥은 두리번 망을 보고

가로등이 반갑게 인사를 하거나
건물들이 모여 앉아 수군거리며
교차로가 다리를 벌려 유혹을 할 때
새들은 언제나 침묵한다

시인이 살고 있는 세상이다
풍만한 어미의 젖가슴 같은
언덕 너머엔

화가가 살고 있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

그림 같은 세상 끝
흐르지 않는 강을 건너면

악기를 다루지 않는
음악가가 살고 있고...

우거진 숲을 지나
안개 낀 바다를
한참 건너오면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다

우리가
사는 곳은
꿈보다 이상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