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사는 세상은
꽃이 잠자리를 잡아먹고
트름을 한다
사슴을 사냥하는 나무들이
뛰어 다니며
차가운 태양이 뜨고
달은 불을 뿜는다
바람이 멱살을 잡고
빗줄기로 후려치며
벼락으로 가슴을 찌를 때
천둥은 두리번 망을 보고
가로등이 반갑게 인사를 하거나
건물들이 모여 앉아 수군거리며
교차로가 다리를 벌려 유혹을 할 때
새들은 언제나 침묵한다
시인이 살고 있는 세상이다
풍만한 어미의 젖가슴 같은
언덕 너머엔
화가가 살고 있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
그림 같은 세상 끝
흐르지 않는 강을 건너면
악기를 다루지 않는
음악가가 살고 있고...
우거진 숲을 지나
안개 낀 바다를
한참 건너오면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다
우리가
사는 곳은
꿈보다 이상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