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4일 월요일

스쳐버린 인연


스쳐버린 인연
박 순기

잔 이슬 새벽 걸음 하시어
아침을 켜고
부둥켜안고 놓지 못한
어둠을 놓으라 한다

긴 여정에
우연히 마주한 인연
바람 흔들리는 촛불에
작은 불씨 하나 붙들고
밤새 풀어놓은 무명실

엉성한 베틀소리
삐거덕 날 새며
힘겹게 짜낸 한 폭의 천
사랑이란 두 글자
그렇게 새겨놓고 싶어
낮달 이 부르텄는데

메마른 떡갈나무
서걱거리는 가을 녘에 등불 켜고
누렇게 떠있는 한숨 깃든 하늘
등 허리 휘어진 세월의 운명
누굴 탓할까 인생 갈피에
잠시 술렁이던 바람인 것을

07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