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일 금요일

다음 생(生)에

다음 생(生)에 나
또 하나의 삶을 살아 갈 수 있다면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네
말없이 한 곳에 자리해
땅 속 뿌리는 깊은 꿈으로 흐르며 더욱 낮아지고
내 몸 수줍게 뻗은 가지 몇몇은
크게 팔 늘어뜨려 그늘을 드리우기도 하는
때로 지나가는 소나기엔 온 몸 흔들리우며
넌지시 바람의 손잡아
한 몸으로 세상 적시는 소리에 귀기울이다가
비 그친 푸른 하늘 함께 올려다보며
욕심없이 맑은 얼굴 다시 또 씻는
아무 지닌 것 없으나
한 몸 고요히 푸른 꿈으로 맑아지며
넉넉한 산자락 한 귀퉁이 말없이 뿌리내린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