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꽃잎 중의 꽃잎으로
오신 님이었습니다
여름날 빗님 중 빗님으로
오신 님이었습니다
가을날 진 잎 중 진 잎으로
가신 님이었습니다
겨울날 눈님 중 눈님으로
가실 님입니다
봄날 여름날 가을날 겨울날 중
그 어느 날이 가장 아름다웠는 지 알지 못하듯이
꽃잎과 빗님과 진잎과 눈님 중
그 어느 님이 가장 아름다운 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나에게는 사랑이 중하였기에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투시는 모든 님의
배후되시는 근원의 님을 사랑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첫번째 가는 님이 누구냐고 묻지 말으십시요
다른 님이 시샘하는 답은 차마 말할 수가 없습니다
실은 내 시선이 가는 곳에서 마주친 모든 님이
늘 가장 고귀한 님이었기에 그날 마주친 모든 님을
첫번째님으로 섬겼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은 내 발길이 가는 곳 마다 멈춰서게 한 모든 님이
늘 가장 소중한 님이었기에 그날 머무른 모든 님을
첫번째님으로 모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몸이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한
거대한 우주 시공 속에 마주치는 모든 님은
나의 순간의 님이며 나의 절대의 님이며
나의 신성의 님이며 나의 근원의 님이기도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