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4일 일요일

지상의 방 한 칸

그때 그랬던 것처럼
불시에 내게 폭우 쏟아졌다
뒷산 흙더미에 또 무너졌으니
지상에 방 한 칸이 없다
등 눕힐 곳 만들려고
내 몸 하나씩 버렸는데
문득 머리 숙여 굽어보니
팔다리가 없어졌다
무너진 집에서 나온 지렁이처럼
땅에 배를 질질 끌고
하염없이 세상 기어간다
어디로 피란 가는 것이냐
지상의 방 한 칸 찾아
저 아래로 도피했던 소식 들었다
잠깐만 헤어져 있으면
번듯한 집 하나 새로 짓고
손 맞잡고 같이 살겠다며
약속한 적 있었다
속은 세월이 대나무처럼 곧다
다리 뻗고 눈 감을 방 한 칸 없어
유목처럼 떠돌아 다니는 것이
물속에 갇힌 나뿐이랴
햇볕 드는 날
무너진 집 다시 세우겠다고
기둥 세우고 지붕 얹는다
한 칸 우주를 짓는다
물길 흘러가고 불길 솟아오르는
난리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지상의 방 한 칸 만든다고
곡괭이로 삽으로 가슴을 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