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0일 수요일

물 먹는 하마 -강문숙-

어서, 하마를 치워야 할텐데
저 하마를 밖으로 끌어내야 할텐데

늦장마 끝나고 서늘한 바람 분다
커튼을 갈아끼우다 문득 떠올린
하마 사냥

장롱 속, 창문도 없는 독방에
켜켜로 쌓아놓은 이부자리, 베개들
햇살 대신 물 먹는 하마 한마리 들여놓고
짐짓, 눈 감아버렸다
하루에 두어 번, 하마의 안부를 확인할 뿐
여름 늦장마 견디고 있었다

누군가의 속을 열어보면 저럴까
보이지 않게 젖어 있던 속내
눈물로 차올라 있구나
소리없이 일가를 이루던 곰팡이
지독한 슬픔의 감옥이었구나

제 몸 안에 늪을 가두고
물소리를 듣고 있던 하마
그래도.. 웃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