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일 토요일

반가사유(半跏思惟)

멀고 험한 길 걸어온
겨울 나무가
의자에 앉아 있다
오른발을 굽혀서
왼쪽 무릎 위로 걸치며
어제 어렵사리 풀어놓았던
장마에 대한
해답을 지상에게 건네주고
오른 팔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오늘의 화두로 씨름하고 있다
손가락을 펴서
검지와 중지가
살짝 오른 뺨을 받치며
폭설의 천지를 가늠하고 있다
눈은 살며시 감고
고개와 등을 약간 숙여서
잎도 열매도 없는
저 비어있는 몸에 대한
깊은 사유의 세계에 들어가 있다
내게도 반가사유半跏思惟할
의자가 하나 필요하다
어제 그렇게 애달게 만들었으니
오늘은 고뇌하고 번민할
당신이라는
화두가 하나 필요하다
전혀 풀리지 않을 것 같아
무덤속까지 가져가
영원히 반가半跏의 자세로
사유思惟할 사랑의 꽃봉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