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6일 수요일
´팔베개´ 외
<정연복 시인 부부사랑 시모음> ´팔베개´ 외
+ 팔베개
우리가 만난 지
꿈결처럼 세월은 흘러
까맣던 우리 머리에
흰 서리 눈꽃으로 내리는데
이제 나는 네 영혼의
팔베개가 되고 싶다
너의 영혼이 고단할 때면
언제든 편안하게 다가와
베고 누워도 좋은
팔베개
네가 슬프거나
네가 외로울 때에도
말없이 찾아와
폭 안겨도 마냥 좋은
팔베개
+ 손깍지
세상 살아가는 일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아
이따금 근심을 품고
잠 못 이루는 날에도
슬그머니 당신의 손을
내 가슴으로 끌어당겨
당신의 손가락 마디 사이로
나의 손가락 마디를 끼어
동그랗게
손깍지 하나 만들어지면
참 신기하기도 하지!
내 맘속 세상 근심은
눈 녹듯 사라지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아늑한 평화
+ 기찻길
보일 듯 말듯
아득히 먼 저곳까지
함께 곧거나
함께 굽으며
나란히 마주선
기찻길을 보며
왜 바보 같이
눈물이 나는 걸까
나의 발길이 닿는
세상의 모든 길이
쓸쓸하게만 느껴지며
방황하던 내 청춘에
햇살처럼 다가와
따스한 사랑을 주고
스물 몇 해의 긴 세월
한결같이 나의 ´곁´이 되어 준
참 고마운 당신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
+ 어깨동무
혼자서는 쓸쓸하여
둘이랍니다
파도가 밀려오는
은빛 백사장(白沙場)에서도
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 들판에서도
혼자서는 외로워
마냥 둘이랍니다
작은 두 어깨
비스듬히 잇대어
나란히 걸어가는
너와 나는
한평생 다정히
어깨동무랍니다
+ 동행(同行)
우리 부부는
함께 걷기를 무척 좋아한다
언제 어디에서나 다정한 동행이
우리 사랑의 익숙한 모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 둘이
꼭 오누이 같다고 말한다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목숨의 끝까지 나란히 걷자던
첫사랑 그 시절의 굳은 맹세
고이 지켜
햇살 따스한 봄의 꽃길
소낙비 내리는 여름의 진창길
쓸쓸히 낙엽 진 가을의 오솔길
찬바람 몰아치는 겨울 들판에서도
두 마음
한 마음으로 잇대어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행복하게 걸어갈 것이다
+ 당신의 의미
내 생의 호적(戶籍)은
오직 당신에게 있어
드넓은 우주 속
수많은 여자들 중에
당신을 만난 것은
내게는 참 기막힌 은총
당신을 몰랐다면 아직도
내 마음은 부초(浮草)였을 터
내 곁에 당신 있어
하루하루 복에 겨운 것을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질
내 생의 단단한 뿌리여,
당신이여
+ 나 당신 위해 살리라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천사의 모습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당신이 내게로 다가올 때
나의 마음은 파르르
꽃잎처럼 떨렸지
당신과 나는 어쩌면 그렇게
눈빛이 딱 맞아
이렇게 한세월
다정히 어깨동무를 하고 있을까
그 동안 잘해 주지 못하여
정말 미안해
앞으로 남은 소중한 날들은
나 당신 위해 살리라
+ 참 고마운 당신
당신과 함께 살아온
스물 몇 해
세월의 그림자
길게 드리운
우리의 지난 결혼생활
가만히 뒤돌아보니
당신은 말없이
늘 나의 잔잔한 배경이었네
인생의 중천(中天)을 훌쩍 넘고서도
아직도 사랑을 잘 모르는
나와 함께 살아오느라
어쩌면 남몰래 눈물지었을 당신
그런 당신이 곁에 있어
지금까지 나는
밤하늘의 총총 별들처럼
수많은 행복을 누렸지
그 행복으로 이제는
내가 당신의 배경이 되어 주리
참 고마운 당신!
+ 하나 - 부부의 노래
하나의 신(神)
하나의 태양을 우러르며
우리 둘은
함께 걸어가리라
이따금 찾아오는 인생의 밤에도
하나의 달을 바라보며
우리 둘의 변치 않는
사랑을 노래하리라
꽃 피고 꽃 지는
알록달록 인생살이 속
기쁨과 행복
슬픔과 괴로움 모두
살아서 누리는
알맞은 은총으로 알고
입 모아
감사하고 찬양하며 살다가
우리 둘 이윽고
하나의 별이 되리라
+ 부부의 기도
온 우주에 단 하나뿐인
해와 달처럼
우리 두 사람도
목숨 다하는 그 날까지
영영 변함없는
하나이게 하소서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아내에게´ 외 ">